141120 사당통신 blah blah


01 사실 이 사당통신의 제목은 141120 사당통신 2가 되어야 맞다. 오늘 오전 한 시간 넘게 쓴 글을 백스페이스 한 번으로 몽땅 날렸기 때문이다. 나의 경솔함에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다가 이내 차분해졌다. 그렇게 사라져도 크게 상관없었던 글이니 그러지 않았겠는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잊혀진 것은 잊혀진대로.


02 쓰면서 엄청 오랜만의 사당통신 같아서 날짜를 확인해보니 겨우 한달 전. 나의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고 있나 싶다가 한달 남짓 남은 올해 달력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요즘은 어떤 시간 감각으로 살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빠른 듯 느린 듯, 바쁜 듯 한가한 듯 외로운 듯.


03 외로운 얘기를 하니 이쯤에서 양심고백.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연애하고싶다는 말 이해가 안돼. 우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연애도 하고 싶은거 아님? 사람나고 연애났지 연애나고 사람남?'하며 빈정대는 쪽이었다. 그러던 지지난주의 어느 밤. 사람들과 한참 떠들다 헤어진 새벽의 거리 한 가운데, 택시를 잡다말고 문득 낯설어도 너무 낯선 감정이 들이닥쳤다. 어라? 이게 뭐지? 뭔가 꽁기꽁기하면서 구질구질한 이 기분은 대체? 그리고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그 기분은 '연애하고싶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연애, 하고싶을 수도 있죠. 아니 하고 싶습니다. 암요.


04 이번 달의 모든 소비는 알라딘으로 수렴된다. 방금 전에도 불나방처럼 지르고 옴-_- 나같은 사람들 덕분에 인터넷 서점들이 매일 최고판매량을 갱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달 들어 총 세 번에 걸쳐서 이런 저런 책을 주문했는데 리스트를 쭉 보면 정가였다면 별 고민없이 지나쳤을 책도 더러 있다. 사면 50% 안사면 100% 세일이라는 걸 머릿속으론 알고 있지만 카드는 언제나 입금보다 빨라서. 연말까지는 책구매 금지다. 이건 나에게 하는 경고다.


05 작은 인터뷰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웨이브에 연재할 예정이고 대상은 내가 눈여겨 보고있는 신인 밴드들. 이미 두 팀은 완료했다. 워낙 새로운 밴드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남이 시켜서 하는 일 말고 자의만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좀 욕심을 냈다. 나중에 1년치가 모이면 작은 책으로 내도 좋겠다 싶고. 기다려라 언리미티드 에디션 8.


06 어쩌다보니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쓰고 말을 하며 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고 덕분에 여러 재미있고 보람찬 일들을 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인터뷰다. 팬심으로 시작한 일이니만큼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때로는 그가 피붙이에게도 털어놓지 않을 이야기를 툭툭 털어놓는 순간을 맞이하는 건 그 자체로 내겐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다. 음악과 관련된 글을 읽는, 이제는 한 줌도 채 남지 않은 이들도 다른 어떤 컨텐츠보다 인터뷰를 반가워하지 않을까 싶다. 왜곡되지 않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만나는 음악과 사람. 내년에는 가능한한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제대로 읽어내고 싶다.

06-a 하지만 인터뷰와 한 몸인 녹취는 정말이지 질색이다.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하면 사정이 좀 나아지겠지만 그건 정말 체질에 안맞아서. 그런 체질이니 녹취, 오늘, 한다. 하겠다. 또 나에게 경고.


07 인터뷰하니, 오늘 읽은 인터뷰 가운데 신해철의 인터뷰가 있었다. 올해 리부트 앨범이 나온 즈음 한국일보에서 했던 인터뷰였다. 사실 그날 이후 신해철에 대해 부러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당일 트위터에 좋아하던 노래를 링크한 정도였던가. 쓸데없는 오지랖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신해철을 생의 소중한 부분에 놓아두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추모열기는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90년대를 살아온 많은 이들에게 그의 존재란, 추측컨대, 머리 굵은 뒤 자연스레 혹은 부끄러워 잊은 거대한 상징과도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모두들 어린시절 소중히 여기던 머리맡 보석 상자를 새삼 발견한 것 같기도, 남루한 행색에 차마 모른 체했던 중학교 동창의 비보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깊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각자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그 때 그의 모습 그대로.


08 며칠 전 발매된 토이의 새앨범의 마지막 곡 '취한 밤'은 신해철의 빈소에 다녀온 유희열이 슬픔을 참지 못하고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 때가 아니면 만들 수 없고 부를 수도 없었던 곡이었으리라. 그러고보니 토이까지 컴백하면서 올해의 90년대 아이콘 컴백붐은 거의 '모두 이루었다'에 달한 셈이 되었다. 그 가운데 90년대 오빠들 4인방 - 유희열, 윤종신(과 정석원), 김동률과 윤상에 대해선 특히 할 말이 많은데 능력치와 설득력 등 다양한 항목으로 나눠 분석해봐도 재밌겠다 싶다. 개인적으론 윤상의 압도적인 승. 결과물고 방법론도 가장 꾀바르다.


09 잡지 긱Geek에 연재중인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 쿠스미상의 원고를 매달 번역하고 있다.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느긋한 성격인 것 같아 보통 2,3일 정도 늦는 건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이번달엔 무려 7일을 늦었다. 유일한 연락수단은 이메일 뿐이고 전화도 자동응답기로 바로 연결되는지라 편집장님 전화까지 받고 어쩔 줄을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는 순간, 마법처럼 원고가 도착했다. 미운 마음에 이를 꽉 물고 빛의 속도로 번역을 해 원고를 넘기는데, 정말 원고가 악마처럼 좋은 거다. 자꾸 이렇게 원고 늦으시면 곤란하다고, 나도 책임 못진다고 독하게 메일 보내려고 한 마음이 30%쯤 누그러들었다. 마음이 약해가지고. 그래도 다음달부터는 절대 늦지 않겠다는 확답 메일을 받아냈다. 그런데 답메일마저 좋아. 진짜 악마같다. 12월이 가기 전에 나도 한낮 소바집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긱 12월호를. 

09-a 하지만 다음달에 또 그러시면 국물도 없습니다 진짜.

09-b 이번달 긱Geek에는 놈코어 관련 기사와 쿠스미상 칼럼 번역, 그리고 2014년 놓쳐서는 안되는 앨범 코너에 참여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찾아봐주시길. 무엇보다도/표지가/호호




백현진 x 방준석 - 무릎베개 1day1song


백현진을 좋아하게 된 건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어어부 프로젝트에 속해있던 백현진은 나에게는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 같은 존재였다. 당시 음악 좀 듣는다던 모두가 한 마음으로 최고라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던 [개, 럭키스타]도 [손익분기점]도, 나에게는 아무리 들어도 모를 이야기만 같았다. 뒤틀리고 게워내고 뒹굴고 몸부림치는 소리의 아우성. 이 음악이 그렇게도 좋은 음악인건가. 나도 열심히 듣고 또 듣다보면 언젠가 저 앨범들이 진심으로 좋아질까. 안타깝게도 아직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지만 백현진의 목소리만은 기적적으로 좋아졌다. [반성의 시간] 덕분이었다. 듣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친절함 따위는 여전히 0에 수렴했지만 위악이 한꺼풀 벗겨진 그의 목소리는 뭐랄까, 한없이 안스럽고 더없이 외로워 보였다. '어떻게해야 만날 수 있나'하는 한숨 같은 날소리로 시작하는 이 앨범을 참 많이도, 오래도 들었다. 이런 지독한 어른의 사랑은 내 인생에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겠지만 노래를 듣고 있는 순간 만큼은 내 가슴 속에도 징그러운 사랑이 주는 삶의 피로가 젊은피처럼 돌고 또 돌았다. 덕분에 앨범의 베스트 곡이 '학수고대하던 날'이라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가장 정이 가는 노래는 '무릎베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백현진 첫사랑. 원곡도 좋지만 최근 자주 함께 공연하고 있는 방준석과 함께 하는 버전도 너무나 좋다. 언젠가는 꼭 공연장에서 직접 듣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텅 비어버릴 것 같다.


어떡해야 만날 수 있나
어떡해야 만날 수 있나

그 많았던 시간들이 불에 타는걸
난 침대에 누워서 지켜보았지
당신은 천장에 매달려서 춤추고
나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 꿈꾸네
그 시간속에 그 시간속에
그 시간속에 그 시간속에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됐나
계단에 앉아서 당신을 기다렸던
97년 초여름에 빛나던 시간
딸린으로 가는 2충 침대에서
당신에 관한 노래를 부르다 울었네

어떡해야 잊을 수 있나
어떡해야 잊을 수 있나
어떡해야 잊을 수 있나
어떡해야 당신을 잊을 수 있나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순 없겠지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순 없겠지
당신과의 그 시간들
당신과 나눴던 사랑
당신의 무릎베게에서
눈을 감고 귀를 파며 나는 꿈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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