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01 사당통신 blah blah


01. 지난주 제주도에 다녀왔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 워크샵으로 다녀왔는데, 역시 뭐니뭐니해도 여행의 백미는 먹부림... 제주도 곳곳 모르는 곳이 없는 김학선 형제님의 은혜 참 많이 입었다. 17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에 인사만 겨우 하고 다니는 낯선 스탭분들도 여럿 계셨지만 5분마다 한 번씩 웃음꽃이 터지는 참으로 해맑은 시간이었다. 좋은 분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01-a. 왜 이렇게들 제주제주 거리는 지 모르겠다고 뾰루퉁 했었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작년 11월에 갔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 용눈이 오름 정상에서 다같이 석양을 보고 천천히 지는 땅거미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려오던 길,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절대고요의 공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 이래서 제주제주 하는구나.

01-b. 이번달도 공감 라인업이 괜찮다. 매달 라인업 정할 때마다 안돼, 이번달은 진짜 안될 것 같다 앓는 소리를 하지만 막상 짜놓고 보면 썩 괜찮은 게 공감 라인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단독공연을 무척 즐겁게 봤던 스몰오와 쏜애플, 조덕배 아저씨의 공연을 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듣는 소규모 1집 노래들도 궁금하고. 7월 한 달 일정과 공연 신청은 여기에서. http://www.ebs.co.kr/space/program


02. 오늘 꽤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제일 흥미로웠던 건 MBC의 '유일한' 가요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 CP의 발언이었다. '립싱크 가수를 퇴출시키겠다'는 해묵은 이슈였는데, 본문을 찾아보니 90년대 식의 무식한 퇴출을 단행하겠다기 보다는 '그래도 가수인데 노래는 잘해야하지 않나?' 정도의 내용을 담은 칼럼이라 조금 김이 샜다. 하지만 저런 케케묵은 이야기가 2014년, 음악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한심한 건 변함없다. 지금이 가요 톱 10이나 김희선이 배철수와 SBS 인기가요를 진행하던 시절이라면 또 모르겠다. 무대 위에 가만히 세워놓고 마이크만 하나 쥐어 주면 성실히 목청을 뽐내던 시절이 아니란 말이다. 생방송이라고 이름만 붙었지 당일 새벽부터, 아니 급하면 전날 밤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사전녹화 스케줄도 모자라 사후녹화에, 날림으로 가는 드라이/카메라/사운드 리허설에, 부족한 모니터에... 현장을 알만큼 아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얘기를 그렇게 쉽게 한단 말인가.

아니, 굳이 그런 비루한 현실 탓을 하지 않아도 좋다. 가수는 '가창력'만으로 승부해야한다며 뻑하면 곰방대질하는 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가창력'이라는 것 자체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내 남자친구...가 아니라 유니콘 같은 거란 건 동일 방송국의 '나는 가수다'가 이미 증명하고도 남지 않았나. 임재범의 '여러분'을 들으며 컷 바이 컷으로 쉴틈없이 들어가던 클로즈업된 관객들의 우는 얼굴은 그의 목소리 때문이었나 아니면 절규하며 무대 바닥에 주저앉던 퍼포먼스 때문이었나.

02-a.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아래의 영상같은 꼴을 굳이 보고 싶지가 않다. 언타이틀의 '날개'. 하이라이트는 2분 50초. 이건 노래 부르는 사람과 보고 듣는 사람 모두가 고통스러운,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명절제삿상 같은 시츄에이션이다. 저런 식으로 진정성 찾으면 살림살이 좀 나아지나. 아, 굳이 이 영상을 올리는 건 '강남스타일'로 전국구가 된 건형이형을 욕보이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건형이형은 피해자다. 수많은 피해사례 중 이게 제일 먼저 생각났을 뿐이다.




03. 효민의 'Nice Body'는 음, 아이돌로지에 이미 좋은 글이 있어서 그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효민과 ‘Nice Body’의 섬뜩한 나선 by 미묘' 그리고 사실 난 다른 것보다도 이 노래로 그간 용형이 아슬아슬 잡아오던 통속의 절묘한 밸런스가 깨진게 더없이 아쉽다. 나따위의 아쉬움과는 상관없이 지금 용형은 질로도 양으로도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하여튼 광수사장.

03-a. 아이돌로지에는 하해와 같은 재불 너구리 미묘 편집장님의 은혜로 종종 글을 쓰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인피니트의 [Last Romeo] 앨범리뷰가 올라갔다. 주소는 여기 http://idology.kr/762


04. 개인적으로 양현석 사장님은 앞으로 직접 해명글  안 쓰셨으면 좋겠다.


05. 며칠 전 총애하는 We hate JH의 페이스북에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오디션 문전박대밴드 웨헤이트제이에이치입니다.' 지난 주말 있었던 케이루키즈에서도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종문턱에서 미끄러졌더라. '노래는 좋은데 라이브가 아쉽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붙는 이들의 최근 공연을 볼 때마다 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아니, 이게 정말 그렇게 부족한 라이브인가? 지난해라면 모를까, 이들은 내가 지켜본 지난 1년 여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밴드이자 자기들의 색깔 그대로 공연장을 충분히 물들일 줄 아는 밴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인' 밴드에게 '노련함'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고집이 좀 재미없다. 서툴고 어설퍼도 생기 넘치는, 그런 밴드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 그런 것이야말로 '신인'에게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것 아닌가.

05-a. 이건 어쩌면 앞서 02에서 얘기한, '가창력'은 '가수'의 필수조건이 아닌 '가수'가 갖춰야할 수많은 요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의견과도 상통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노래 잘하고 재미없는 가수보다는 노래 못해도 재미있는 가수가 훨씬 좋다. 셀린 디온보단 마돈나 아님?!


06. 요즘 음료수를 사면 열번이면 아홉번 탄산수를 고른다. 탄산에 약한 편이었는데, 시애틀 거주시절 물 대신 탄산수를 마셔 버릇 했더니 어느새 목이 적응을 한 모양이다. 제일 자주 마시는 브랜드는 트레비. 무거운 게 싫어서 유리병보다는 플라스틱 병을 선호한다. 싸기도 하고. 동네에서는 딱 한 군데에서 팔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오로지 히야시된 트레비를 빨리 사마시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시간 단축을 위한 '지하철 갈아타기'를 시전했다. 이! 내가! 갈아타느니 20분을 돌아가는 내가! 한정거장도 꼭 버스를 타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 트레비는 사랑이다. 


07. 오늘로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바람은 상반기와 똑같다. 잘, 살고싶다. 





덧글

  • aka shimpyo 2014/07/02 05:04 # 답글

    탄산수는 사랑입니다 :)
  • 아게하 2014/07/05 01:30 #

    지금도 마시고 있어요. 탄산수 만세!
  • marian.c 2014/07/02 09:39 # 삭제 답글

    잘, 살고 싶다. 행복, 하고 시파...
  • 아게하 2014/07/05 01:30 #

    오로지 그것만이.
  • walkytalkies 2014/07/02 18:09 # 삭제 답글

    오! 지난주 제주도!!!
    금요일 불꽃놀이는 즐기셨습니까아.
  • 아게하 2014/07/05 01:31 #

    아앗 불꽃놀이가 있었나요? 어디서요?! 하지만 전 용눈이오름의 아름다운 석양을 좋은 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니 아쉬워하지 않겠습니다!
  • 쥬브 2014/07/16 14:56 # 삭제 답글

    인생은 잘 모르지만 잘 살고 있는것 같아 나도 탄산수 좋아 꺄-
  • 아게하 2014/10/22 00:45 #

    언니랑 만나서 시원한 탄산수 한 잔 하고싶네요. 학부형 쥬브님 한 번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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